사내 불륜 상간자 퇴사 요구, 강요죄 될까? 합의서·위약벌 특약 작성법

안녕하세요. 상간·이혼 사건을 12년째 맡아온 이혼전문변호사이자, 한 아이의 엄마 이지은입니다.
배우자의 사내 불륜을 알게 된 후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은, 두 사람이 여전히 같은 회사로 출근해 매일 마주친다는 사실입니다.
위자료를 받더라도 이 불안과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기에 "상간자에게 퇴사나 부서 이동을 강제할 수 없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결론부터 짚어드리겠습니다. 퇴사를 합의 조건으로 제안하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닙니다.
다만 직장 폭로나 소문을 무기로 사직을 압박할 경우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합의서 조항에 따라 민사적 효력이 부인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 글 핵심 요약
핵심 포인트 1: 상간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피해 배우자에게 상대방을 회사에서 퇴사시킬 권리가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 포인트 2: “퇴사하지 않으면 회사에 불륜을 알리겠다”는 방식은 상황에 따라 협박죄나 강요죄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핵심 포인트 3: 퇴사만 강요하기보다 재접촉 금지, 부서·근무지 분리, 조건부 합의금 감경과 합리적인 위약금 조항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1. 퇴사 요구보다 위험한 것은 ‘요구하는 방법’입니다
상간자가 배우자와 같은 회사에 다닌다는 사정만으로 피해 배우자가 상대방의 직업을 박탈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간자의 법적 책임은 원칙적으로 부정행위로 발생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는 것입니다.
상간 책임과 근로관계를 종료해야 할 의무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사직서 제출을 강제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표현은 피해야 합니다.
“퇴사하지 않으면 감사팀과 대표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
“회사 게시판과 커뮤니티에 네 이름을 공개하겠다.”
“가족과 동료에게 전부 폭로하겠다.”
“내가 원하는 날짜까지 사직하지 않으면 직장생활을 못 하게 만들겠다.”
📜 형법 제324조(강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다른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면 강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상간자에게 위자료 책임이 있더라도 반드시 퇴사해야 할 법적 의무까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직장 폭로를 수단으로 사직을 종용하면 퇴사라는 ‘의무 없는 일’을 강요했다는 고소를 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든 경고가 곧바로 협박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고지한 내용과 방법, 당사자의 관계, 당시 상황을 종합해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정도의 해악이었는지를 판단합니다.
🔗 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1도10451 판결
퇴사 조건을 제시하려면 폭로와 불이익을 앞세우는 대신, 법률대리인을 통한 민사상 합의안의 형태로 전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2. ‘퇴사하지 않으면 5,000만 원’ 조항이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퇴사 특약을 합의서에 적었다고 해서 모든 내용이 그대로 집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퇴사는 상간자의 생계와 직업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기간 제한 없이 동일 회사나 계열사 전체의 재입사를 금지하거나, 퇴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위자료보다 훨씬 큰 금액을 부담시키는 조항은 효력을 두고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계약서에 단순히 ‘위약벌’이라고 적는 것만으로 법원이 반드시 위약벌로 인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민법 제398조는 위약금 약정을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합니다.
대법원 역시 계약서의 명칭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계약 체결 경위, 당사자의 지위, 약정 목적, 예상 손해와 금액의 비율 등을 종합해 위약금의 성격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위약벌로 인정되면 손해배상 예정액처럼 바로 감액할 수는 없지만, 의무 이행으로 얻는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경우에는 공서양속에 반해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실무에서는 무조건 거액의 위약벌부터 넣기보다 다음과 같이 구성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첫째, 재접촉 금지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합니다.
전화, 문자, 카카오톡, SNS, 사적 대면을 금지하고 업무상 불가피한 연락은 회사 공식 메신저나 이메일로만 하도록 제한합니다. 우연히 마주친 경우와 의도적인 만남도 구분해야 합니다.
둘째, 물리적 분리 방법을 선택형으로 설계합니다.
퇴사만을 유일한 조건으로 정하기보다 자진 퇴사, 부서 이동, 근무지 변경, 프로젝트 분리 등 두 사람이 사적으로 접촉하지 않을 현실적인 방법을 정할 수 있습니다.
퇴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상간자가 충분한 검토 시간을 가진 뒤 본인의 의사로 약정했다는 점과 이행 기한, 사직서 제출 및 수리 여부를 확인할 증빙자료까지 명확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셋째, ‘조건부 합의금 감경’ 방식을 검토합니다.
예를 들어 객관적인 증거와 예상 위자료를 토대로 합의금 기준액을 정한 다음, 약정 기한까지 퇴사나 근무지 분리를 이행하면 일정 금액을 감경하는 구조입니다.
처음부터 채무를 면제한 뒤 거액의 위약벌을 부과하는 방식보다 약속을 이행했을 때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가 자발적인 합의였음을 설명하기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3. 상간자가 퇴사를 거부하면 소송으로 ‘해고’를 압박할 수 있을까?
상간자가 퇴사 조건을 거절하더라도 피해 배우자가 소송을 통해 직접 해고나 퇴사를 명령받기는 어렵습니다.
상간소송의 목적은 손해배상이지 근로관계의 종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감정적인 폭로 대신 다음 순서로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현재까지 확보한 부정행위 증거를 보존하고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합니다.
소송이 시작된 뒤에도 사적인 연락과 만남이 이어진다면 그 정황은 반성하지 않고 원고의 정신적 손해를 확대했다는 사정으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조정 절차에서는 퇴사만 고집하기보다 재접촉 금지, 업무상 접촉 제한, 부서·근무지 분리와 위반 시 금전 지급 조항을 함께 제안할 수 있습니다.
조정조서에 금전 지급 의무가 명확히 기재되면 위반 시 별도의 소송 없이 집행할 수 있는 구조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소장이나 법원 서류를 일부러 회사에 보내 불륜 사실을 노출하는 방식은 피하세요.
회사 송달은 주거지 송달이 되지 않는 등 절차상 필요한 경우 활용하는 수단이지, 상대방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한 압박 수단이 아닙니다.
급여 가압류나 압류 역시 손해배상금을 보전하거나 회수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상간자를 회사에서 밀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집행 절차를 이용하면 오히려 분쟁만 커질 수 있습니다.
배우자와 상간자가 계속 같은 부서에서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간자에게만 책임을 돌리기보다, 외도 당사자인 배우자의 부서 이동이나 이직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상간자에게 퇴사를 요구하는 것만으로 강요죄가 되나요?
퇴사를 합의 조건으로 제안하거나 협상하는 것만으로 곧바로 강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직장 폭로, 신상 공개,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말을 수단으로 사직을 압박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Q2. 상간자가 합의서에 직접 서명하면 퇴사 특약은 무조건 유효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합의 과정에서 협박이나 강압이 있었는지, 퇴사 제한의 범위와 기간이 지나치지 않은지, 상간자가 받는 대가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Q3. ‘위약벌 5,000만 원’이라고 쓰면 법원이 전액 인정하나요?
명칭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실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면 감액될 수 있고, 위약벌이라도 부담이 지나치게 무거우면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효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Q4. 상간자의 회사에 외도 사실을 알려도 되나요?
공개 범위와 전달 목적에 따라 명예훼손, 개인정보 침해, 업무방해 등 별도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회사에 알리는 행동은 합의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고 사전에 법적 위험을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변호사의 조언
사내 불륜 사건에서 피해 배우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합의금이 아니라 두 사람이 다시 만나지 못하는 현실적인 안전장치일 것입니다.
하지만 상간자를 반드시 퇴사시키겠다는 목표에만 집중하면 직장 폭로와 과도한 위약벌이라는 위험한 방법을 선택하기 쉽습니다.
퇴사 특약에 서명을 받더라도 강압적인 협상 과정이 남아 있다면 형사고소를 당하거나 특약의 효력을 다시 다투게 될 수 있습니다.
합의서의 핵심은 상간자의 직업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와의 사적 관계를 실질적으로 끊어내는 데 있어야 합니다.
직장과 부서 구조, 업무상 접촉 가능성, 부정행위 증거, 예상 위자료를 먼저 살펴본 뒤 재접촉 금지와 근무환경 분리, 합리적인 금전 조항을 함께 설계하세요.
감정적인 한마디보다 빈틈없이 작성된 합의서가 훨씬 강한 보호막이 됩니다.








